Creamy Potage with Croutons

인생의 교훈으로써의 축구 »

swing-by:

아래 칼럼의 주제인 “인생이 야구에 가까운지 축구에 가까운지”는 - 어차피 둘 다 비슷하거나 또는 다를테니 - 별로 관심이 없지만, 칼럼에서 묘사 (더 정확히는 인용) 하고 있는 축구가 예전 2000년대 초반 한참 열심히 다녔던 hoochoo라는 스포츠 사이트에서 본 수많은 글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 곳에서 참 많은 것들을 배웠는데, 축구 고수(?)들의 글을 읽다보면 그들은 내가 보는 축구와 전혀 다른 축구를 보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축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면 이기기 위한 전략도 달라진다. 

축구는 표면적으로는 공을 발로 차서 직사각형의 골대 안에 넣는 게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경기이다. 축구 만화에 나오는 캡틴 쯔바사 풍의 현란한 드리블이나 슛돌이의 강력한 독수리 슛은 축구의 일부에 지나지 않고 심지어 승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현대 축구에서는 절대 한 명의 스타 플레이어 (또는 플레이 메이커)로 승리를 얻을 수 없다. 축구는 기실 “공간을 어떻게 장악하는지”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경기이다. 수비는 공간을 내주지 말아야 하고, 공격은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현대 축구의 전략은 모두 공간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골은 그저 인과 관계의 사슬 끝에 찾아오는 필연적 결과일 뿐이다.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이렇다. 수비가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는 일정한 간격으로 가능한 많이 움직여서 진영 안에서 공간을 좁게 만들어 공이 있는 곳에 수비의 숫자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 일반적인 현대 축구의 포메이션은 한 라인에 일자로 서서 최전방 공격수와 후방 수비라인의 간격을 좁게 가져가면서 전진과 후진을 반복한다. 공격 라인과 수비 라인의 거리가 멀어지면 상대 미드필더 진영에 공간이 생기고 여기에서 상대편의 공격이 시작된다. 공격의 수비가담이 중요한 것은 그래야만 상대방이 수비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안에 있을 때 아래 위로 압박하며 수비 숫자를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기에는 11:11로 공평하게 공놀이를 하고 있는 것지만 때로는 한쪽 팀의 사람 수가 더 많아 보이는 일이 생기는 것은 바로 이 전략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공격 역시 이 맥락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선수들이 패스를 할 때 어떤 사람을 향해 공을 보내는 것 같지만, 좋은 패스는 사람을 따라가지 않는다. 공은 비어 있는 공간으로 가야 한다. 따라서 좋은 공격수는 빈 공간에 공을 가지러 가는 사람이고, 자신을 위해 또는 팀원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2002년 월드컵 황선홍이 “저하늘의별이되라” 슛으로 온국민의 욕을 먹을 때도 좋은 공격수라고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황선홍은 엄청나게 골을 넣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늘 수비수를 달고 전방에서 많이 움직여주었다. 특히 현대 축구의 약점은 수비 뒷 공간이기 때문에, 상대 일자 수비 배후로 돌아나가는 움직임으로 다른 팀원들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은 굉장히 좋은 전략이다. 반대로 박주영과 이동국이 욕을 먹어야 한다면 아마도 이 지점일 것이다. 걸어다니는 공격수는 절대 공간을 만들지 못한다. 

이런 관점에서 축구 경기를 보면 이번 월드컵에서 독일이 얼마나 아름다운 축구를 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브라질 전에서는 3-4명이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면서 상대방의 골문까지 돌진해서 상대방 진영 한복판에서도 널널하게 공간을 만들어 냈다. 넉넉한 공간에서 독일 선수들은 마음 놓고 슛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브라질 골대의 그물을 흔든 7번의 골은 말그대로 그저 자연의 순리처럼 보였다. 

데이비드 브룩의 결론처럼 인생이 야구가 아니라 축구와 더 비슷한 것이라면 결국 성패는 칼럼의 표현대로 “나를 둘러싼 지형(Awareness of the landscape of reality)을 이해하는 것”에 달려 있을 것이다. 내가 골을 넣을 수 있는 것은 나의 슛이 너무나도 완벽해서가 아니다. 공이 도착할 그 지점에 내가 가있었고, 그 공에 내가 발을 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골은 그 뒤에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정말 축구와 인생은 비슷한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면 인생의 전략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